코드 기어스 연합 자막 앞으로의 향방에 대하여 :: 2008/05/27 14:49



Rin4 님께서 MSN 링크를 걸어주신 디씨 애갤러스 글 잘 읽었습니다.
(http://gall.dcinside.com/list.php?id=anigallers&no=34861&page=1)

네. 제가 맡은 후반부는 일어 자막을 번역기 돌린 다음 다듬은 것입니다. 변명을 좀 하자면, 딱히 이 사실을 숨길 생각은 없었는데, 아무래도 좀 피곤하다보니(7.5화래서 작업 안 한다는 소릴 듣고 전날 밤새도록 친구랑 열심히 삼국지11을 했습니다ㅡㅡ...) 빨리 넘기고 자고 싶은 생각이 앞서서, 밝혀두는 걸 까먹은 것 같습니다.

영상도 안 구해지던 차에(쉐어에선 잡히지도 않고irc에서 링크 걸어주신 것마다 속도가 거의 절망적으로 나오는 바람에...) 마침 일어 자막을 얻게 되어서 시험삼아 해봤습니다. 번역기 쓰는 게 좀 치사한 방법일지도 모르겠지만, 이렇게 해서 속도나 퀄리티가 나쁘지 않으면 앞으로 일어 자막을 구할 수 있을 때는 이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지요.

그런데 결과는 위 글에서 지적받은 대로 참담합니다. 나름대로 번역기 돌린 다음에도 원문이랑 하나하나 대조해가면서 이상한 부분을 고쳤는데도 놓친 부분이 많아서 여전히 허점이 많네요. 속도도 생각보다 빠르지 않았고요. 안 그래도 나중에 제대로 영상 구해서 보고 난 뒤 얼마나 삽질을 했는지 통탄하던 차에 아픈 곳을 찌르는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영상을 안 보고 작업해서 제대로 된 게 나올 리가 없다는 것도 절감했습니다. 누가 하는 대사인지 그저 문장만 보고 감으로 했더니, 문맥이랑 완전히 따로 노는 결과물이 나왔네요. 아무리 늦게 구하게 되더라도 다음엔 제대로 영상을 봐야겠습니다.

개인적인 반성은 이쯤 해두고, 현재 연합 자막 팀의 문제점을 몇 개 지적해보고자 합니다.


1. 번역 퀄리티
  대놓고 말하겠습니다. 우리 네 사람 모두에게 코드 기어스는 벅찹니다. 솔직한 심정으로 이전부터 작업해오셨던 Len 님과 Stankovic 님께서는 지금껏 어떻게 코드 기어스 작업을 해오셨는지 신기할 정도입니다. 일단 이 점은 다들 인정하시고 넘어가야합니다.
  시간만 무한정 들이면 저도 얼마든지 거의 완벽에 가까운 퀄리티로 코드 기어스 자막을 낼 자신 있습니다. 이건 아마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단, 계속 자신이 번역한 것에 의심을 가져야겠지요. 번역했다고 생각한 문장도 혹시 잘못 들은 게 아닌가 계속 의심하고 고쳐야합니다. 솔직히 지난 번 7화 자막 감수하면서 이 부분이 부족하신 분도 계시다는 걸 느꼈습니다.
  문제는 이겁니다. '한정된 시간에 볼만한 수준의 퀄리티를 가진 번역을 할 실력이 되는가?' 적어도 이 질문에 우리 네 명 모두 '아니오'입니다. 작품 자체 용어가 안 들리거나 애매해서 시간을 빼앗기는 게 아니라 대사 자체가 안 들리는 부분이 있으니까요. 앞서 말한대로 시간만 있으면 다 해결 가능합니다만, 그건 우리에겐 여의치 않은 사항입니다.
  현재 작업한 세 화 모두 '볼만한 퀄리티'를 내는데는 완전히 실패했습니다. 솔직한 심정으로 배포하고 싶지 않은 자막들이었습니다. '이런 자막으로 볼 바에야 그냥 하루 기다리고 말지'라는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저희 네 사람 모두 지금까지 이 자막 받아가셔서 감상하신 분들께 죄송스럽게 생각해야합니다. 이런 실력으로 주제넘게 나댄 것에 대해서 반성해야합니다.
   이건 감상자 분들께 누를 끼치는 일입니다. 자막 받아서 감상하시는 분들보다 조금 더 일어가 들린다고 해서 작품 내용을 제대로 전달도 못하는 자막을 만드는 건 어떻게 보면 죄입니다. '누군 오역 내고 싶어서 내나?' 맞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오역은 내면 안 되는 것입니다. 오역을 내는 자신을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합니다. 실력 발전은 거기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며, 오역을 하나라도 내는 것을 부끄러워 하지 않는 제작자에게 발전이란 절대 없습니다.

2. 속도
  그렇다고 속도가 제대로 나오느냐? 아닙니다. 지금까지 올라온 시간들을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목표로 한 시간은 넘긴지 한참 된 시간들입니다. 영상 방류 후 1시간 30분 이내가 목표였는데, 실제는 그것보다 훨씬 더 걸립니다.
  물론 우리가 시작한 시점이 하필이면 립퍼 파동 직후라서 제대로 된 영상 입수가 힘들었던 점도 있지만, 아프리카 녹화 영상을 직접 받아서 작업한 것도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이유는 딱 하나 입니다. '안 들리는 부분'. 원래 자막 제작에서 가장 오래 걸리는 부분이 안 들리는 부분을 해결하는 건데, 이건 분량을 절반 나누었다 해서 딱 절반으로 갈라지는 게 아닙니다. 다른 부분은 1시간 30분만에 해도 안 들리는 부분 하나 때문에 1시간 30분이 더 걸릴 수도 있습니다. 이런데에서 시간을 안 잡아먹히기엔 네 명 모두 실력이 많이 부족합니다.
 이것 때문에 이 연합 자막 계획을 시작할 때, '후방 지원'이라는 개념을 도입하자고 했는데, 결국 인원수 부족으로 성사되지 못했고, 예상대로 자막 완성 시간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제법 잘 나갔으면 다른 제작자 분들도 참여할 수 있을 가능성이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6~8화 작업하는 동안 '병신들의 담합' 취급받게 된 지금 굳이 여기에 들어오실 분은 없다고 봐야겠죠.

3. 용어 일치
  분명 공식 사이트에 올라온 모든 용어 및 사람 이름들을 다 방침대로 원어에 가깝게 번역해서 리스트를 정리해놨는데, 아무도 신경을 안 쓰시네요. 한 자막에 루루슈, 를르슈가 동시에 난무합니다. Rin4 님 블로그에 연합자막 관련 글들을 보셨더라면 안 생겨도 될 일인데, 이건 연합 자막에 대해 별 열의가 없다고 밖에 해석이 안 되는 부분이네요.  원래부터 번역해오시던 분들이 계속 자기 용어를 고집하시는데, 적어도 연합 자막에서는 연합 자막이 결정한 안을 따라주셔야합니다.

결론 -- 뭐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습니다. '병신들의 담합' 소리 들어도 할 말이 없습니다. Rin4 님께서는 선두에 이름을 내세우셨다는 이유로 제대로 욕먹고 계시죠. 이대로는 절대 안 됩니다. 그렇다고 이대로 흐지부지 그만두어서도 안 됩니다. 네 사람 모두 자막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한 단계 더 발전하려면 여기서 노력해서 지금 현재 받고 있는 비판을 뛰어넘어야 합니다. 수틀렸다고 그냥 그만둬서는 그냥 영원히 지금의 보잘 것 없는 수준에 안주하게 될 겁니다.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음 사항들을 제안합니다.

1.연락 체계 통일
  현재는 그냥 자막 작업할 때에만 이합집산하는 형태인데, 적어도 '팀'이라는 이름을 걸고 나오는 이상 이렇게 되어서는 안 됩니다. 현재 채널 #rin4를 쓰고 있는데, 여기는 다른 분들도 많아서 어수선합니다. MSN 등의 메신저를 하나 정해서 통일하는 방안이 제일이라 생각하는데, 인터넷 사정이 어쩌고 메신저를 안 쓰는니 어쩌고 하는 등으로 어려움이 많은 상태이긴 합니다. 하지만 어떻게든 다른 외부 분들이 들어오지 않는 공간에서 정기적으로 시간 맞춰서 모일 필요가 있습니다. 매주 모여서 전에 만든 자막에 대한 반성, 다음 주 스케쥴 협의, 그 이외 관련 건의사항 등을 의논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MSN 등의 메신저 혹은 irc 전용 채널(그런 게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딱 팀 멤버+영상 제공자 분만 모일 수 있는 공간) 확보, 각자 월~토 여유있는 시간 공개해서 공통 스케쥴 맞추기, 차후 정기 미팅 시간 이외에 긴급 공지를 전달할 방식. 이 부분은 Rin4 님께서 책임지고 해결해주시고, 다른 분들도 Rin4 님께서 결정하신 사항에 대해 절대적으로 따라주셔야합니다. 지금과 같이 대충대충 하는 마인드 가지고는 정말 아무것도 안 됩니다.

2. 작업 팀 체제 재편 및 작업 연습
  두 명씩 앞뒤로 나누는 체제는 시간 줄이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인된 이상, 제가 제안했던 후방 지원 방식을 시도해볼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후방 지원 방식도 얼마나 시간을 줄일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별 효과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일단은 시험을 해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만약 진행하게 된다면 제가 매주 후방 지원을 맡고, 나머지 세 분 중에서 매주 두 분씩 정하는 방식이 되었으면 합니다. 두 번 작업 해본 결과, 밤샌 상태에서 작업하는 저는 맡은 부분을 처음부터 끝까지 어느 정도 퀄리티가 되게 만들어 내는 건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차라리 작업하시는 분들이 안 들리는 부분에만 집중을 하고자 합니다.
  이번 주에는 코드 기어스 방영이 쉰다고 하니까, 시험삼아서 두 작품 정도 다른 애니의 에피소드로 연습삼아 해보았으면 합니다. 제작자 네 명이 자신이 맡은 작품 이외에 감상하는 애니 중 공통되는 걸 정해서 연습 작업을 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굳이 후방 지원 방식을 채택하지 않더라도 지금 현재의 제작 체계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정확히 이 방식으로 시간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가 제대로 시험해본 적도 없으니, 코드 기어스가 방영하지 않는 이틈을 타서 확인을 해보고 차후 계획을 정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연습 작품 결정 및 이번 주 연습 스케쥴도 Rin4 님께서 책임지고 맡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우선 연락 체계 통일부터 된 뒤에 해야겠지요.

 일단 Rin4 님께서 팀원들로부터 월~토 사이 거의 확실히 비는 시간, 작업하는 작품 이외에 감상하는 작품을 가급적 빨리 조사해서 정기 회의 스케쥴, 모이는 방식, 긴급 공지사항 연락 방법, 연습 스케쥴 등을 늦어도 금요일까지는 팀원들이 모두 알고 있는 상태로 만들어주셨으면 합니다.


  모자란 실력은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이게 하루 이틀만에 느는 것도 아니니까요. 현재 실력 외적인 부분으로 개선해야할 것이 위 두 사항이라고 봅니다.

  세 화 작업하면서 실망스러운 결과만을 내어왔지만, 아직도 개선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고,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봅니다. 노력해서 꼭 완결까지 어영부영이 아닌 좋은 모습으로 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방금 바람라임 님과 잠깐 대화했습니다. Rin4 님도 어지간히 답답하셨던 모양이네요. 그저 죄송스럽기만 할 따름입니다. 바람라임 님께서 감수해주신다면 든든하겠네요. 하지만 바람라임 님께서 참여하신다고 하더라도, 바람라임 님을 포함한 연습 체제를 한 번 돌려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휴방 기간은 팀 쇄신을 위해서 그냥 보내서는 안 될 중요한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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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seiki | 2008/05/27 21:10 | PERMALINK | EDIT/DEL | REPLY

    그냥 한사람씩 하면 안되나요
    손 발이 맞아야 팀을 짜는게 효과가 있지

  • BlogIcon 아스카 | 2008/05/29 23:26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안들리는건 어쩔수가 없지만, 대충 찍어서 맞추는게 상책입니다.
    대본이 없는 이상, 안들리는건 몇시간이고 잡고 있는다고 들리는게 아니거든요.
    어느 순간 들리는 일이 있기는 합니다만.. 그것도...

  • BlogIcon 여니 | 2008/05/31 01:04 | PERMALINK | EDIT/DEL | REPLY

    음..전 평일은 워낙 유동적으로 살아요ㅜㅜ
    토요일과 주일은 더더욱 유동적이구요ㅜㅜ
    부르실때 비는 시간이면 달려올 수 있지만 딱 잘라 어떤 시간이 맞다, 고 확신이 되진 않아요ㅜㅜ

  • 지나가던 행인A | 2008/05/31 06:51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전 경칭생략만 안하면 오역따윈 괜찮다는

    서로 존댓말로 이야기 하는데, 동급생이라고
    자막이 반말로 나오면 왠지 짜증난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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